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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Life 2편] 다이버워치란? 서브마리너부터 블랙베이54까지

ALIMORY 2026. 9. 1. 07:00

시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도 롤렉스 서브마리너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검은색 회전 베젤과 큼직한 야광 인덱스, 단단해 보이는 스틸 케이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포츠워치의 대표적인 모습인데요.

사실 이런 디자인은 멋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전문적인 도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번 Watch Life 2편에서는 다이버워치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 어떤 시계들이 다이버워치를 대표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이버워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 회전 베젤

다이버워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이얼을 둘러싸고 있는 회전 베젤입니다.

잠수하기 직전 베젤의 기준점을 현재 분침 위치에 맞춰두면 물속에 들어간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이버에게 시간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안전과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현대적인 다이버워치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베젤을 사용합니다.

실수로 베젤이 움직이더라도 실제보다 잠수 시간이 짧게 표시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높은 방수 성능, 어두운 물속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큼직한 인덱스와 야광, 견고한 케이스 등이 더해지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버워치의 모습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실제 잠수에서 기계식 시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이런 요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Blancpain Fifty Fathoms — 현대 다이버워치의 출발점

다이버워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모델이 Blancpain Fifty Fathoms입니다.

1953년 등장한 Fifty Fathoms는 당시 Blancpain을 이끌던 Jean-Jacques Fiechter와 프랑스 해군 전투잠수부들의 요구가 만나 탄생했습니다.

회전 베젤과 뛰어난 가독성, 자동 무브먼트, 방수와 항자기 성능 등 오늘날 다이버워치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요소를 전문적인 잠수 시계에 체계적으로 적용한 중요한 모델입니다.

그래서 현대적인 다이버워치의 역사를 설명할 때 Fifty Fathoms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Blancpain Fifty Fathoms Automatique
사진: Johnson Watch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현재 Fifty Fathoms는 일반적인 시계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가격대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구매를 추천한다기보다는,

“오늘날 다이버워치의 형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가”

를 이해하기 위한 역사적인 기준점 정도로 보면 좋겠습니다.


Rolex Submariner — 다이버워치의 기준이 된 디자인

Fifty Fathoms가 현대적인 다이버워치의 초기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이미지를 가장 널리 알려진 디자인으로 만든 시계 중 하나가 Rolex Submariner입니다.

Submariner 역시 1950년대 등장했고 여러 세대를 거치며 발전했습니다.

현재의 Submariner는 41mm 케이스와 단방향 회전 베젤, 300m 방수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검은색 다이얼과 베젤, 원형과 사각형 인덱스, 12시 방향의 삼각형 인덱스.

지금 보면 너무 익숙한 디자인입니다.

그만큼 Submariner가 이후 수많은 다이버워치의 디자인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olex Submariner Date Ref. 116610LN
사진: foeoc kannilc / Wikimedia Commons / CC BY 2.0

사진 속 제품은 현행 41mm 모델이 아니라 2010~2020년에 생산된 40mm Ref. 116610LN이다.

시계에 관심이 생겨 여러 다이버워치를 보다 보면

“어딘가 서브마리너와 닮았다.”

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다만 현재의 가격과 구매 접근성을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시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Submariner 역시 반드시 사야 할 시계라기보다는 다이버워치라는 장르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점으로 두고, 조금 더 현실적인 선택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Tudor Black Bay 54 — 37mm로 돌아간 현대적인 다이버

그중 흥미로운 모델이 Tudor Black Bay 54입니다.

모델명에 들어간 ‘54’는 Tudor가 1954년 선보인 첫 다이버워치 Ref. 7922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Black Bay 54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37mm 케이스입니다.

한동안 남성용 스포츠워치에서는 40mm 이상의 크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숫자만 보면 상당히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계가 손목에서 느껴지는 크기는 케이스 지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Black Bay 54의 Lug-to-lug는 약 46mm입니다.

37mm라는 비교적 작은 케이스 지름에 비해 손목을 가로지르는 길이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손목 위에서는 숫자만 보고 예상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작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콤팩트한 비율을 유지합니다.

두께 역시 약 11.2mm로 다이버워치 치고 비교적 얇은 편입니다.

덕분에 손목 위에서 과도하게 솟아오르는 느낌이 적고, 착용감에서도 장점을 갖습니다.

Tudor Black Bay 54 Ref. M79000N-0001
사진: EMore98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Black Bay 54는 단순히 기존 다이버워치를 작게 만든 시계는 아닙니다.

1950년대 Tudor 다이버워치가 가지고 있던 작은 케이스와 빈티지한 비율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되살린 모델에 가깝습니다.

자동 무브먼트 MT5400, 약 70시간의 파워리저브와 200m 방수 성능을 갖춰 외형은 과거를 닮았지만 성능은 현대적인 다이버워치입니다.

37mm의 작은 케이스와 약 46mm의 Lug-to-lug, 얇은 두께가 만들어내는 균형감.

Black Bay 54가 숫자로 보는 것과 실제 손목 위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조금 다른 이유입니다.


Longines Legend Diver — 다이버워치가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니다

[Longines Legend Diver 39mm, 사진: Longines Media Center]

다이버워치라고 하면 대부분 Submariner와 같은 외부 회전 베젤을 떠올리지만 다른 방식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모델이 Longines Legend Diver입니다.

Legend Diver는 일반적인 다이버워치처럼 케이스 바깥에 회전 베젤을 노출시키는 대신 크리스털 안쪽에 회전하는 이너 베젤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크라운도 두 개입니다.

하나는 시간을 조정하고, 다른 하나는 내부 베젤을 조작하는 데 사용합니다.

현행 39mm Legend Diver는 1959년의 Longines 다이버워치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두 개의 크라운과 내부 회전 베젤이라는 특징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외부 베젤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다이버워치보다 전체적인 모습도 상대적으로 단정합니다.

스포츠워치는 갖고 싶지만 전형적인 다이버워치의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면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Breitling Superocean Heritage — 다이버워치에 우아함을 더하다

[Breitling Superocean Heritage B31 Automatic, 사진: Breitling]

Breitling Superocean Heritage 역시 조금 다른 성격의 다이버워치입니다.

Breitling은 1957년 Superocean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당시부터 단순히 전문적인 잠수 장비만을 지향하기보다 바다와 일상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타일을 강조했고, 현재의 Superocean Heritage 역시 그런 성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슬림한 인덱스와 독특한 핸즈, 메시 스타일 브레이슬릿 등으로 전형적인 툴워치보다 상대적으로 우아하고 레트로한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다이버워치임에도 캐주얼뿐 아니라 셔츠나 재킷과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편입니다.

현행 B31 Automatic은 40mm와 42mm 모델을 중심으로 볼 수 있으며, Breitling의 B31 자동 무브먼트와 약 78시간의 파워리저브, 200m 방수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격이 낮은 시계는 아니지만 브랜드의 역사와 디자인,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함께 고려한다면 조금 무리해서 현실적인 구매 대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고급 다이버워치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살펴볼 만한 다이버워치는 훨씬 많다

다이버워치의 재미있는 점은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가 상당히 넓다는 것입니다.

Longines HydroConquest는 높은 방수 성능과 전형적인 스포츠 다이버의 형태를 갖추고 있고,

Oris Aquis는 독특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디자인 덕분에 다른 다이버워치와 쉽게 구분됩니다.

TAG Heuer Aquaracer 역시 스포츠 성격이 강하면서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은 모델입니다.

조금 더 가격대를 높이면 Tudor Black Bay 54와 Black Bay 58, Breitling Superocean Heritage처럼 브랜드의 역사와 현대적인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대를 낮추면 Seiko와 Citizen에서도 오랜 다이버워치 역사를 가진 훌륭한 모델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이버워치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대에서 시작해 수백만 원대의 본격적인 기계식 시계, 그리고 수천만 원 이상의 하이엔드 제품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예산과 취향에 맞는 시계를 찾는 재미가 가장 큰 장르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다이버워치를 비교하면

모델 대표 사이즈 방식·방수 핵심 특징
Blancpain Fifty Fathoms 모델별 상이 자동 / 모델별 상이 현대 다이버워치 역사의 중요한 출발점
Rolex Submariner 41mm 자동 / 300m 다이버워치 디자인의 기준점
Tudor Black Bay 54 37mm 자동 / 200m 1954 Tudor 다이버에서 이어진 빈티지 비율
Longines Legend Diver 39mm 등 자동 / 300m 이너 회전 베젤
Breitling Superocean Heritage 40 / 42mm 등 자동 / 200m 우아한 레트로 다이버
Longines HydroConquest 39 / 41 / 43mm 등 자동 / 300m 정통 스포츠 다이버
Oris Aquis 다양한 사이즈 자동 / 300m 현대적인 케이스 디자인
TAG Heuer Aquaracer 다양한 사이즈 자동 / 200~300m 스포츠·데일리

※ 제품의 세부 사양과 판매 사이즈는 모델 및 출시 시점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다이버워치는 이제 하나의 디자인이 되었다

다이버워치는 물속에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전문적인 도구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회전 베젤과 높은 가독성, 견고한 케이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시계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Fifty Fathoms가 현대적인 다이버워치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고,

Submariner가 우리가 떠올리는 다이버워치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면,

지금은 Black Bay 54처럼 과거의 비율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시계도 있고, Legend Diver나 Superocean Heritage처럼 조금 더 개성 있고 우아한 방식으로 다이버워치를 해석한 모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이버워치에는 현실적으로 구매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시계들이 아주 많습니다.

가장 유명하거나 가장 비싼 시계가 반드시 나에게 가장 좋은 시계인 것은 아닙니다.

좋은 시계와 내 컬렉션에 필요한 시계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 Watch Life 3편에서는 스포츠워치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드레스워치를 살펴보겠습니다.